순천 동천 벚꽃

동천이 흐르는곳에 예전엔 막걸리 파는곳이 하나 있었지.
어디까지 가는 기차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보성이나 장흥으로 가는 기찻길 옆이었을거야.
지금에야 간다면 뇐네라고 젊은이들이 싫어할 그런곳이었지만
막걸리 한사발에 파전 쪼가리 하나 시켜놓고 괜시리 나도 늙은이마냥
담배 한대 피워물고 삶을 고민하고 그러던 시절이 있었지.

언젠가 동천을 지나가는데 제법 근사한 카페로 바뀌더니
이쁘장한 아줌씨가 손님 좀 끌게끔 소소한 장식을 덧붙여 커피를 팔더라.
내 생전에 "양촌리 커피" 외에는 벚꽃 떨어뜨린 별다방 커피맛이 뭔 맛인지 모르기에
가자미 눈을 떠가며 내부를 스캔하고 지나가곤 했었지.

지난날엔 양촌리를 안팔어서인지 그 카페는 온데간데 없고
꽃많은 동천 뚝방에 꽃을 파는 여인이 온갖 화분을 놓고 파는거야.
이래서 장사 될까 싶었더니 오늘 몇년만에 가 본 동천엔 
그 아줌씨도, 그 여인네도 모두다 사라지고 포크레인 소리만 요란하더라.

꽃비가 내린다.
순천 동천에 벚꽃이 만개하던날 꽃비가 내리는데
오가는 사람들은 예전의 그사람들이 아닌 머나먼 타지에서 놀러온 연인들 뿐이더라.

지난날 예쁘고 아름다웠던 추억들은 또다른 이별을 이야기하고
이별뒤엔 만남을 그리워하며 추억을 간직하겠지.
갑자기 내린 장대비와 나무에 걸린 바람은 혼자걷는 아조씨의 마음을 무쟈게 아프게 하던 오늘
동천의 벚꽃은 꽃잎이 떨어지고 붉은 이파리가 나오더라.

 

북부 시장에가서 돼지 머릿고기에 막걸리 한사발 해야 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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