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무소유 길

쉬는날인데 부처님 오신날이라 화엄사나 가자....그렇게 생각하고 고속도로에 올랐는데 치매가 왔는지 호남고속도로에 올랐더라.

돌아가기엔 조금 멀고해서 별수없이 순천 송광사로....

 

송광사는 안개가 거의 출몰하지 않는 지역이다. 이웃하는 주암호가 있어서 안개가 잘 끼겠지 라고 생각하는건 오산이다.

주변 주암면 지역에 안개가 자주 끼어서 옳거니....송광사에 가면 안개가 끼었겠네....라고 달렸다가 한 두번 헛걸음한게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에 안개가 끼었다.

부처님 오신날이라 그런지 여러 스님들이 마당질을 하고 있었다.

석가모니(釋迦牟尼)의 탄생일인 오늘은 불교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이다. 2월 8일은 석가의 출가일, 2월 15일은 열반일,

12월 8일은 성도일(부처가 깨달음을 얻은날)을 합쳐 불교의 4대 명절이라고 한단다.

이 4대 명절 중 초파일을 불교계에선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한다. 

나는 종교가 없다. 징글징글한 이단(異端)들이 주변에 많아서 앞으로도, 혹은 죽어서도 종교를 가질 생각이 없다. 내가 사찰을 자주 가는 이유는 산을 종아하는 이유도 그중 하나이고, 사찰에가면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볼 수 있다는것이 또 하나이고, 마지막으로 그 아름다움을 보고 혹여 잊어버릴까봐 이렇게 취미로 사진에 담아 올 수 있다는것이 사찰을 자주 접하는 이유이다.

 

부처님 오신날이라지만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이후 오늘은 불자이건 아니건 그냥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이 함께 즐겨온 민속명절이라 생각하면 된다. 내가 아는 불자님이 얘기를 하길 불교에서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 다'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관습인지 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던가 말던가...가던가 말던가.....너무 좋지 않은가?

어느 종교처럼 지하철 입구에서 오가는 사람 붙들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제수지옥 불신천국' 외치는....^ ^;;

하 ~~ 말을 안해야쥐. 갑자기 열 뻗칠려고 하네.

요즘 사찰에서 촬영 할만한곳이 한정되어 있다. 사진하는 인구가 워낙 많아 지다보니 사찰과 스님이 사진의 주제가되어 엉뚱하게도 초상권이 문제가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것이다. 

그냥 사찰에선 대웅전 주변이나 자연과 친화되는 건물들에 관심가지고 조용히 촬영하고 살짜기 아니온듯 다녀오는것이 예의에 맞지 않을까 싶다.

관음전 앞에 페리칸샤스 꽃이 피었다.

관음전의 옛 이름은 성수전(聖壽殿)이었다고 한다, 고종시대 설립된 왕실의 원당(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시고 명복을 빌던 법당건물)이었단다.

원래 고종의 환갑을 기념하여 만든 기로소원당(耆老所願堂)으로 계단 소맷돌의 장식이라든지 신하들이 도열한 벽화, 내부 칸의 특별한 구조 등 남아 있는 건축적 증거물들을 통해 원당이었음을 알 수 있다. 라고 요즘 읽고 있는 불교건축 이라는 책자에서 알려 준다.

오전 10시에 행사를 하는가본데 더 이상 시선을 둘곳이 없다. 온통 연등과 이를 지탱하는 스케폴드 덕분에 렌즈를 들이밀곳이 없더라. 또한 연등 달고 행사 준비하느라 분주한데 카메라 들고 뻘줌하게 있으려니 그것도 민폐인거 같아서

집으로 내려갈려고 나서다 문득 성보박물관 옆으로 지나는데 송광사 부도전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송광사는 1980년대 중창을 한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 매년 불사 공사가 끊이지 않았는데 최근에 성보박물관, 공양간, 템플스테이 등을 새롭게, 무지무지 크게 지었다. 지금도 포크레인이 부도전 가는 길 옆에 또다른 공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때는 불경 소리보다 포크레인 소리가 더 많이 들렸던곳이 송광사였는데 아직도 끊임이 없다.

성보박물관옆 시멘트 포장도로를 쉬엄쉬엄 10분여 오르면 나타나는 부도전과 부도암. 

부도전을 지키고 있어서 부도암이라 불렀나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고 암자 입구에 29기의 부도와 5기의 비석으로 이루어진 부도군이 있어 부도암이라는 이름이 붙어졌다고 한다.  부도전 맨위에는 보조국사비가 있다.

보조국사비는 1982년 10월 15일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91호로 지정되었고, 본래 1210년(희종 6년)에 세워졌다가 조선시대인 1678년(숙종 4년)에 다시 건립한 것이라고 한다. 비문에는 보조국사 지눌의 출가 이후 행적과 업적 등이 적혀 있다고 한다.

부도전과 부도암의 모습인데 송광사내 여러 암자들중 유일하게 부처님 오신날인데도 아주 조용하게, 인기척도 느끼지 못할정도로 적막감이 돌았던 암자이다.

부도전에서 좌측 숲길(차도)을 따라 5분여 걸어 올라가면 만날수 있는 감로암. 최근에 지었는지 전부 새건물이어서 솔직히 인연이 없다면 머물고 싶지는 않더라. 감로암 앞에는 원감국사비가 있다.

원감국사 충지(沖止1226~1292)의 생애를 기록한 탑비이고. 1314년 고려 충숙왕때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비가 마모되어 1701년 숙종 27년에 김형오(金亨五)가 글씨를 써서 다시 세웠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어떻게 되었는지 비문을보니 1974년에 세웠다라고 대충 읽었다.(내가 잘못 읽었나?)

감로암 앞에서 원감국사비를 지나 산길을 약 500여 미터쯤 돌아가면 법정스님이 머물렀던 불일암이 나온다.

많은 신도들이 찾는곳으로 몇몇분들의 스님들이 담소를 하고 있었고, 꽃바구니가 저렇게 놓여 있었다.

소유하지 않고 소유되지 않기를 기원했으며. 
아름다운 글로 현실에 지친 이들을 위로했던 법정스님.....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안다.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안다.

불일암 옆에는 자정국사 승탑이 있다.

1301년(고려 충렬왕 27년) 자정국사(慈靜國師) 일인(一印)이 입적한후 건립되었을것으로 추정되는 탑이다.

불일암 우측으로 십여미터 떨어진곳에 위치하고 있다. 불일암은 본래 자정암(慈靜庵)이라 칭했는데, 이는 자정국사가 이곳에 머물렀고, 또 자정국사의 승탑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지금까지 봐왔던건 부도인데 왜 여긴 승탑일까?

부도와 탑은 둘 다 사리를 봉안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간단히 말하면 사찰의 중심인 법당 주변에 있느냐, 아니면 경내 주변이나 외부에 위치하고 있느냐의 차이이고, 또 하나는 비문이 적혀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알고 있다.

무소유 길이 예전에 없던 아스팔트 차도가 생겼다. 

기왕 길을 낼것이면 불일암 가는 길 대나무나 다치지 않게 좋게 내지 그냥 업자들 편한데로 마구 길을 내놨다.

이제 송광사 주변 암자들은 모두 차로 갈 수가 있을거 같다. 다만 인연이 있는 사람만....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불일암에서 내려오다 보면 조금 떨어진 곳에 광원암이라고 있다. 뒤뜰에 진각국사탑이 있다는데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다들 분주한데 카메라 들고 마당을 가로 지른다는게 맘에 걸렸다.

이번에 무소유의 길을 돌아보면서 살펴보니 송광사 각각의 암자는 다들 독립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큰 사찰이다 보니 암자들 찾아 오는 불자들도 제각각 있을테고 한꺼번에 준비를 하기엔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그래서 따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만 해 본다.

그리고 다들 꽤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준비하는 분들이 흥에 겨운듯 들떠있는 모습들이었다.

무소유길을 내려서면, 혹은 처음 시작점이 될 수도 있는 곳에 구산선문(九山禪門)이라는 출입구가 하나 있다.  고려, 신라때의 구산선문이 아니고 여기서 입적하신 스님을 기리기위해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몸이 비대한 사람은 못들어가는 출입구(?)를 비켜 들어가면 적광전(寂光殿)이 있는데 1969년 5월30일 송광사에 조계총림이 개원되자 초대 방장으로 추대된 구산수련(九山秀蓮, 1909~1983)스님이 입적하신 다비장 터라고 한다.  
송광사 8차 중창때(1983~1990년) 건립했다고 하는데 옆의 요사채 무상각(無上閣)도 같은 시기에 건립했는데, 이 건물들을 불자 한분이 시주해서 지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수가 없다.

생각없이 걸어왔던 무소유 길을 뒤돌아 보게끔 만든다.

적광전 좌측으론 구산스님의 사리탑과 탑비들이 있다.

'사찰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광사의 아침  (0) 2021.08.12
선암사 계류  (2) 2021.07.09
남해 금산 보리암  (0) 2021.04.26
가보고 싶은곳, 머물고 싶은곳 순천 선암사  (0) 2021.04.15

이미지 맵

by_color

한국의 새, 순천만 풍경, 사찰 풍경, 들에 핀 꽃, 살아 있는 동안의 작은 흔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