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내소사의 여름

부안의 내소사가 이렇게 가까운지 몰랐다.

내 기억속에는 변산반도의 채석강 하면 충청도의 안면도와 오버랩되는 바람에 늘 멀다고 느낀것이다.

막상 가보니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리더만....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에 혜구두타가 소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한다. 

창건 당시에는 대소래사와 소소래사가 있었는데 지금의 내소사는 예전의 소소래사라고 한다. 


삼나무 숲이려니 생각했던 입구의 숲길이 전나무 숲길이었다.

울 집사람은 흔히들 말하는 개독이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재수라는 넘에게 미쳐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사찰에 가서도 별로 심쿵하지 않고 아무런 감정없이 보는것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내소사를 보고나서는 "이쁜절이다. 선암사처럼 손대지 않은 사찰은 두번째"라며 엄지척을 한다.


그랬다. 내소사는 요사채 정도만 현대식으로 신축을 했고

나머지 법당이나 대웅보전은 옛모습 그대로였다.

단청을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나 싶을정도로 자연스레 세월에 노출되어 있는게 많았다.


유교수님의 답사기에보면 "대웅보전의 꽃살문이 아름다운 내소사는 오래된 절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구석구석 정성 들인 손길이 배어 있고, 

그러면서도 근래에 유행하는 무조건 크고 번쩍거리게 풍에도 물들지 않은 사랑스러운 절이다. 

한껏 느린 걸음으로 돌아보아야 할 곳이다." 라고 전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보는 시각은 비슷하다. 내가 보고 느낀것도 교수님 생각과 일치했다.


쇠못 하나 쓰지 않고 모두 나무로만 깎아 끼워 맞추었다는 대웅보전을 보며 

오래되어서 지저분한것이 아닌.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대웅보전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정면 3칸 여덟 짝의 문살을 장식한 꽃무늬일 것이다. 

연꽃이며 국화꽃이 가득 수놓인 문은 그대로 화사한 꽃밭을 이룬다. 

원래는 채색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비바람에 씻기고 나뭇결만 남아, 오히려 하나하나 새기고 파서 절집을 장엄하려 한 간곡한 정성만이 

오롯이 드러난다. 

꽃무늬는 간살 위에 떠 있으므로, 법당 안에서 문을 보면 꽃무늬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단정한 마름모꼴 살 그림자만이 정갈하게 비쳐든다.

이 또한 ‘화려하지만 시끄럽지 않은’ 내소사의 한 면모인 듯하다. 

엄숙함이나 장중함보다는 다정함 쪽에서 바라보아야 할 이 건물은 보물 제291호로 지정되어 있다.


돌베개의 답사여행의 길잡이 중에서 발췌


가을, 애기단풍이 곱게 물들때쯤 오후빛에 가면 좋은 작품 건질거 같다.

그래서 다시 가을에 가기로 마누라와 약속해놨다.

갈곳은 많고 몸뚱아리는 항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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