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에 눈꽃이 피던 날

계절이 바뀌면 사람들의 얼굴이 바뀐다.
우중충하던 옷들이 밝고 화사한 색으로 바뀌며 얼굴에 미소도 화사해진다.
산도 얼굴이 바뀌고, 그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오르는 이유도 바뀐다.
일상은 그렇게 마법처럼, 때론 톱니바퀴처럼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바뀌어 간다.

먼 옛날 이 산을 올랐던 파르티잔들은 살기 위해 산을 올랐다면
지금 이 산을 오르는 이들도 살기 위해 오르긴 하지만 목표가 다를 뿐이다.
내가 지금 이 산을 오르는 이유도 늘어나는 허리띠가 무서워서 오르고
만삭이 된 뱃살을 만지며 저 고지를 올랐을 때 0.01g이라도 빠지길 기원하며 그렇게 오른다.

봄이 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가는 겨울이 아쉽기라도 하듯 엊그제 눈이 살짝 내렸다.

말이 허울좋게 작품을 건지기 위해 오른다 하지만
엊그제 내린 눈이 말라비틀어지고 상고대 조금 피었다고 작품이 기다려줄리 만무하다.
그래도 오른다.
만삭의 배를 생각하며 10개월이 아닌 당장 오늘이라도
차디찬 노고단 푸세식 화장실에서 출산의 기쁨이라도 느껴 보기를 간절히 소망해보며 올랐다.

역시나 꽝이다.....
그래도 어디냐!!!
출산의 기쁨을 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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