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 육추

연출한다고 해서 따라가 봤다.

새는 찾아서 찍는다는 신념으로 촬영해 왔는데 처음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게 뭐지? 싶은...

산을 못 타는 사람들과 새를 찾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주로 촬영하는 것인데 처음엔 부정적으로 바라봤는데 이해가 가더라.

누군가는 자연을 훼손하고 새의 생명을 앗아가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생각을 좀 해봐야 할거 같다.

 

자연에서 태어난 새들은 어미의 보호를 받고 무사히 자라서 다들 세상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가령 백 마리의 새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길러 온전하게 세상으로 나가는 새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불과 십여 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새를 촬영하다 보면 포란을 하고 육추를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상위 포식자들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며칠 전에는 처음부터 함께한 긴꼬리딱새가 우리 보는 앞에서 매에게 털려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속이 얼마나 상했는지, 얼마나 불쌍했는지는 당사자가 되어 보면 알게 되는데, 차라리 저렇게 연출을 하는 분들은

새를 날아 보내게 하려고 끝까지 노력을 하고 지켜 준다. 왜냐면 그게 돈이 되는 것이니까. 

 

자연훼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있으면 새 촬영, 아니 사진을 하지 말아야 한다.

촬영하는 사람들 중에 구도 안 맞다고 잘라내고, 앞에 걸린다고 베어 내고, 조금 더 멋있게 한다고 꺾어다 놓고...

수십 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없는 길도 만들어 내는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사람들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

차라리 (돈벌이로) 연출한다고 가지 하나 꺾어서 저렇게 하는 게 새 촬영자 입장에서는 훨씬 덜 훼손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요즘 산에 들어가려면 나무가 짙어서 그냥은 못 들어간다.

한 두 가지 정도는 꺾어야 겨우 들어가는데, 새나 야생화나 풍경이나 찍으려 보니 걸리는 나뭇가지가 너무 많아서 여기 꺾고, 저기 꺾고....그래도 안되면 베어 내고....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저분들(전국에 서너 명 있는걸로...)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이 글을 읽고서 마음이 불편하다면 니가 이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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